▲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이 모바일 작업지시 기능이 담긴 애플리케이션 ‘터치원’ 사용을 하청노동자에게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면으로 진행하던 작업지시를 전자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원청의 직접 업무지시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중공업 한 협력사 관리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 하청노동자에게 “(원청의 작업) 부서 차원에서 시행하는 사항”이라며 “(터치원 앱) 설치는 선택사항이 아니고 의무라서 꼭 설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윤용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처음에는 하청노동자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데 2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깔게 만들고 있다”며 “(원청의 작업) 부서장이 부서별로 실적체크를 해서 설치를 압박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교섭요구 때는 다른 회사라더니…”

현대중공업과 현장의 설명에 따르면 모바일 터치원은 스마트폰의 앱스토어 같은 개념으로 모바일 작업지시, 블록 위치 검색, 공구·용접기 관리 등 수백개 업무 관련 앱이 들어 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모바일 작업지시’ 앱이다. 하청노동자는 원청이 관리하는 해당 앱을 통해 작업지시 사항을 확인하고, 안전 관련 사항을 볼 수 있다. 현장의 위험을 제보하는 기능도 갖췄다. 작업지시 항목에는 작업명·시간·장소·대상인원·작업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표준작업지도서도 볼 수 있는데, 선박의 모든 제조공정과 업무량이 원청의 선박 진수 일정에 귀속되는 만큼 작업지시로 볼 여지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각 부서가 업무 성격에 맞는 앱을 사용하고 있고 협력사 직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사 편의를 위해 권한을 열어 둔 것”이라며 “그 외 각 협력사와 협력사 직원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는 알지 못하고, 사용을 강요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은 프로그램 사용을 강요받았다고 여긴다. 사내하청지회쪽은 “노동자들의 작업 내용들을 다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원청의 사용자성이 명백하니 교섭을 요구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했을 때 ‘다른 회사’라고 하더니 이율배반적 행위를 한다”고 비판했다.

“하청, 산업안전보건위 참여는 불가” 고수

실제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대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하청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를 지난해 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에서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사고 비율을 보면 80%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위 참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회사는 (하청업체에서) 한 달에 한 번 노사협의회에서 안전보건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니 원청 노사만 산업안전보건위를 해도 현장에 있는 문제가 올라온다(반영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윤용진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족장·발판 같은 몇 개 업종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가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 많은 업종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에는 26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있는데 노사협의체에서 안전보건 관련 논의를 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수칙 지키겠다” 서명 요구

재해발생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움직임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원·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1월 초 ‘나의 안전다짐’이라는 문서에 서명을 받았다. 해당 문서에는 “회사 내에서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작업 및 주변환경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생활화하고 유해위험요인 발견 즉시 개선조치를 통해 사고 예방에 앞장서겠습니다”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 발생시 관리감독자에게 작업중지 및 안전 개선을 요구하겠다”와 같은 문장도 담겼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모든 사고에는 개인의 인적 책임으로 물을 수 없는 구조적 책임이 분명히 있는데 산재사고 발생시 노동자의 책임요소로 회사가 전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권 노무사는 “위험성 평가의 생활화, 작업중지 및 안전개선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실질적인 참여와 활동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말뿐인 다짐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