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발전소가) 폐쇄된다고 하면서 지역에서 대책회의를 갔는데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이 우리한테 ‘여수지역에 플랜트쪽에 (발전) 하청노동자를 받아 줄 곳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개별적으로 일자리를 구했고 이곳에 동료와 같이 왔는데 너무 열악해요. 임금도 적고, 너무 힘들어서 퇴사했어요. 같이 일한 동료는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2021년 12월 문을 닫은 전남 여수 호남화력발전소 1·2호기쪽에서 일하던 노동자 ㄱ씨 사연이다. 그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전환에도 호남화력 인력 320명의 재배치가 원활하다는 취지의 자료를 냈는데, 그는 그곳에서 계약이 종료된 20명 중 한 명이다. 기후위기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줄이어 폐쇄하는 가운데 2차 하청노동자의 지위를 여실히 드러낸다. 30일 <매일노동뉴스>가 공공운수노조·발전산업노조·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 의뢰로 사회공공연구원이 수행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연구’를 입수해 비정규직 재배치와 퇴사 사례를 분석했다. 비정규 노동자 2천3명을 설문조사하고, 폐쇄한 발전소 노동자를 심층면접했다.

화력발전소 9기 문 닫으며 47명 짐 쌌다

지난해 6월 기준 발전소 비정규직은 1만1천198명이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고용을 지키거나 혹은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다. 발전사 주요 협력사인 한전산업개발은 노동자 3천119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 가운데 2천342명이 화력발전 운전 분야에, 514명이 화력발전 정비 분야에서 일한다. 회사 전체 인력 가운데 91.6%를 차지하는 절대다수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도 일할 수 없다. 그나마 LNG발전도 2050년에는 퇴출될 에너지원이라 대안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실제 그간 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발전 비정규직은 고용 대상에서 배제되기를 반복했다. 2020~2022년 발전소 네 곳에서 9기의 운영을 중단하면서 1차 협력사와 자회사에서 47명이 퇴사했다. 2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그나마 LNG발전소 같은 다른 발전소가 운영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리면 재배치 여지를 높일 수는 있다. 실제 보령화력발전소 경상정비업무를 담당하지만 공통설비 유지·보수업무를 했던 수산인더스트리는 보령 1·2호기 폐쇄 당시 석탄화력발전 관련 업무를 하는 업체가 아니어서 인력 감소가 없었다. 게다가 같은 시기 신서천화력발전소가 시운전에 돌입하면서 재배치 여력도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보령화력 5·6호기가 2025년 예정대로 폐쇄되면 사실상 보령화력발전소가 사라지는 셈이라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1·2호기 폐쇄 때와 달리 인근에 다른 재배치가 가능한 발전소 신규 가동도 없다.

“폐쇄 한 달 전 인지, 대출 끼고 산 집도 팔아야 했다”

재배치 문제를 일자리 확보 문제로만 국한할 수도 없다. 호남화력발전소에서 발전기 운전업무를 하던 ㄴ씨는 발전소 폐쇄 뒤 보령화력발전소로 재배치됐다. 자녀 세 명을 키워야 하다 보니 지난해 1월1일 재배치된 후 3개월 만에 육아휴직을 했다. 비정규직이다보니 정규직 수입의 60%에 불과한 월급으로는 육아휴직을 지속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보령시로 이주를 계획했지만 쉽지 않았다. 2021년께 은행 대출을 받아 산 집을 팔아야 했고, 아이 세 명의 보육시설도 구해야 했다. ㄴ씨는 “폐쇄시점이 폐쇄 한 달 전에 나와 그제서야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직’이 아니라 ‘이주’를 준비할 시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했던 셈이다.

폐쇄시점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보니 노동자 간 상처를 주고받는 일도 흔했다.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청소 자회사가 감축 인원을 노동자에 통보하고, 노동자가 퇴사자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강제 퇴사를 거부한 노동자는 깎인 월급을 받아야 했다. 순순히 나가도 문제다. 남은 소수의 인원이 발전소 청소를 담당해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렸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책임을 정부에 귀속하고 산업전환 과정의 총고용 보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청노동자 고용보장을 일자리 알선이 아니라 이주 문제로 접근해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