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업단지 내 2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58.2%는 휴게실 없는 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두 달 뒤 시행되는 ‘모든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법안은 이들의 제대로 쉴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정부 예고대로라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눈치보며 짬내어’ 쉬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13개 지역본부가 3월23일~4월30일 전국의 산업단지 노동자 4021명을 만나 조사한 결과가 20일 민주노총 12층 회의장에서 발표됐다.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의 43.8%가 휴게실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사업장-여성-저임금일수록, 연차가 낮은 청년이거나 여성일 때 휴게여건은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8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제 128조의2 (휴게시설의 설치) 개정에 따른 내용이 적용되지만,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휴게실 의무 설치 대상은 20인이상 사업장이나 20억 이상의 건설공사현장이다. 이중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억 이상 건설현장은 1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휴게실, 없거나 작거나 열악하거나
민주노총은 “노동자에게 휴게실은 지친 육체와 정신을 잠시라도 쉬면서 안전한 노동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권리의 공간이다. 그러나, 정부는 휴게실 의무설치 시행령이 20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려 하고 있다. 휴게시설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어딘지 실태조사는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2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8.2%가 휴게실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50인 미만 사업장(20~49인)은 40.6%, 100인미만 사업장(50~99인)은 40.6%가 휴게실이 없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다.

휴게실이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공간이 좁거나 개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인원 대비 공간 규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자가 더 많았고, 44.5% 만이 ‘좁지 않다’고 대답했다. 회사 규모 대비 휴게실 숫자에 대해서는 50.6% 가 ‘부족하지 않다’고 대답하며 과반을 겨우 넘긴 수준에 그쳤다.

파견노동자의 경우에는, 원청의 휴게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비정규 하청노동자,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휴게시설이 없고 창고, 계단 밑 화장실 한쪽에서 쉴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일하고 있었다. 

소규모-저임금일수록, 이용빈도 높지만 ‘쉴 권리 보장 가장 어려워’
휴게실 요건, ‘눈치 안보이는 분위기’1위··· 청년-여성 응답 ‘매우 높아’

비제조업보다는 제조업 노동자가, 대기업보다는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가, 사무판매직(비생산직)보다는 생산직 노동자가, 고임금 노동자보다는 저임금 노동자가 휴게실을 많이 이용했다.

저임금 노동자가 매일 휴게실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62.4%로, 중임금(48.4%)·고임금(48.8%)노동자의 답변보다 높았다. 20인미만 사업장 노동자(61.2%)또한, 그 이상 인원 사업장 노동자들보다 휴게실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밖에서는 쉴 곳이 마땅히 않은 노동자들 모두 작은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다. 휴게실의 필요도나 활용도, 모두 저임금·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높고, 그들에게 더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고임금 노동자들은 24.0%가 야외, 카페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음.야외·카페 등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10.2%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휴게공간을 찾지 못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업무공간(자기자리)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한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에 대한 선호도는 여성-청년세대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이 ‘매우 높은 의미(101.8 점)’를 두는 반면, 남성은 해당 비중이 낮게(72.2점)확인됐다. 20~30대 또한 다른세대에 비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20대 103.9점, 30대 91.5점).

산업단지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휴게실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눈치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88.3점). 두 번째로는 휴식시간(59.8점) 세번째가 접근성(56.0점)이었다.

산업단지 노동자 86%, “사업장 구분 없는 공동휴게실 사용할 것”
휴게실 가장 절실한 작은 사업장이 무풍지대로···“법 취지 안 맞아”

아파트형 공장같이 사업장별 휴게공간이 부족한 경우, 사업장 구분 없는 ‘공동휴게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공동휴게실이 생기기면 이용하겠다는 의사가 86.0%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회사에 휴게실이 있는 노동자나, 휴게실이 없는 노동자나 모두 이용할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주목했다.

공동 휴게실이 지어질만한 적합한 위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고르게 분포됐다. 어디든 이용하겠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분석이다. ‘지식산업센터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31.0%로 우세하긴 하지만, ‘식당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 ‘공원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으면 좋겠다’ 모두 22% 이상 지지를 얻었다. 민주노총은 공동 휴게실이 어디든 이용하겠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고 민주노총은 설명했다.

박준도 연구원은 “공동 휴게실은 휴게실 부족, 부족한 시설 등 확인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공간이 좁은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의 휴게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내 휴게실이 부족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사업장에서의 휴게실 문제 해법으로도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수년전부터 지식산업센터 내에는 공동휴게실이 이미 마련된 곳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전했다. 다만, 이들 휴게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더럽거나, 물건들이 적재돼있어 대부분이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노-사와 지자체가 나서 공동관리를 해, 휴게실 이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시장조차 이미 공동휴게실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있는데, 법은 이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박준도 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쉴 공간을 박탈당한 작은사업장-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는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고 현실 개선 방향과도 안맞다는 점에서 재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