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지회
금속노조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지회

노동자가 정당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는데도 근무지 무단이탈 등을 이유로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해 협소하게 판단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면 작업중지권 행사는 정당하다는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오전 금속노조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지회장인 조남덕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 제기 후 대법원 결론이 날 때까지 무려 6년8개월이 걸렸고, 대법원에서만 5년간 심리했다.

사건은 조씨가 화학물질 누출사고 대피 지시와 관련해 징계받으며 시작됐다. 2016년 7월26일 오전 7시56분께 세종시 부강산업단지 KOC솔루션공장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가 누출됐다. 티오비스는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연소시 독성물질인 황화수소로 변질해 호흡곤란이나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소방본부는 지역주민들에게 반경 50미터까지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하지만 콘티넨탈 사측은 대피가 필요하지 않다는 소방본부의 답변만 듣고는 대피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고지점으로부터 200미터 이내 공장에 있던 조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사고 소식을 듣고 회사에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소방본부·고용노동부에도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질의했다.

그러나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자 조씨는 오전 10시30분께 조합원 20여명에게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하라고 했다. 사측은 같은해 11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조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조씨는 2017년 3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만한 급박한 위험이 없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사고공장으로부터 반경 10미터 이상 거리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콘티넨탈 공장은 위험성이 높지 않아 소방본부가 대피방송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2심에서는 작업중지권은 노동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을 뿐 노조는 불가능하다며 작업중지권의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작업중지권이 일상적 파업권으로 쟁의행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 “그동안 많은 사업장에서 위험으로부터 대피하지 못하거나 작업을 거부하지 못해 매년 2천명의 노동자가 죽어갔다”며 “앞으로 소극적인 대피권을 넘어서서 노동자들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알 권리, 강요된 위험으로부터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노동현장의 보편적 권리로 확장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