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최저임금과 비슷한 형태의 화물운송 운임(임금)제도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으로 안전운임을 정의하고 있다. 안전운임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에게 최저 소득을 보장하는 한편, 적정 운임을 통해 화물노동자와 도로안전을 담보하고자 한다.

자본 편향적인 운임 인상안 결정

1월 26일, 국토부 산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2021년 적용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이 최종 의결되었다. 올해 안전운임은 작년보다 컨테이너 평균 2%, 시멘트 평균 5.9% 인상되었다. 화물연대에서는 화물노동자의 장시간․고강도 노동과 물량 감소로 인한 소득 감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임 인상을 요구했으나 화주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운임 동결을 주장하며 버텼고 국토부와 공익위원은 결국 화주의 손을 들어주며 편향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운수사업자-화물연대 3자 간 교섭이며 합의가 무산되는 경우 국토부와 공익대표위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위원회 구성상 화물연대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게다가 2020년은 특히 조건이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 19가 불러온 경제위기는 기업의 어려움 앞에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했다. 기업이 어려우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논리에 국토부도, 공익대표위원도 교섭 시작부터 끝까지 화주 눈치만 봤다.

올해 운임 인상률이 현장의 기대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나 대신 원가 인상 ․ 부대조항 보완 ․ 구간거리 세분화 등을 통해 현장의 실태를 반영하고 추가적인 운임 인상을 이루었다. 또한, 안전운임 무력화 시도를 막고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였다.

화물운송 원가를 반영한 운임 결정

안전운임은 화물노동자의 소득(임금)뿐만 아니라 화물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여 원가비용을 화물노동자가 아닌 화주 대기업이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2021년 안전운임에는 ▲차량가격의 약 4.5%에 해당하는 자차보험료와 ▲각종 차량 수리비용, ▲콤프레셔 ‧ 무시동 에어컨 등 기구 설치비용이 화물노동자 원가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를 통해 차량 수리비용 및 보험료 역시 화주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2시간 연속운행 시 15분의 휴게시간을 유급으로 운임에 추가했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하면(21년 7월 1일) 이를 원가에 추가 반영할 예정이다.

부대조항을 통한 추가적인 운임 인상

안전운임은 거리․구간별 운임과 부대조항 두 부분으로 고시된다. 안전운임 부대조항은 다양한 운송형태에 대한 운임 지급 방식과 추가 비용 등을 규정하고, 그간 화물노동자에게 무급으로 전가되었던 업무의 책임자와 비용 부담 주체를 명시하고 있다.

21년 안전운임 부대조항은 ▲안전운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없도록 최대한 다양한 운송에 대한 운임 지급 방식을 신설하고, ▲할증대상을 추가하여 중량물, 특수제품, 험지운송 등 비용과 노동시간이 추가로 발생하는 운송에 대한 운임을 추가로 규정하고, ▲컨테이너 검사 및 청소, 오픈탑 컨테이너 천막 개폐 등 차주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하는 작업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였다.

이외에도 컨테이너 운임의 구간을 세분화하여 운임의 정확성을 높였으며, 시멘트의 경우 5km 기본구간을 설정하여 초단거리 운송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고정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제도의 현장안착을 위한 방안 마련

안전운임제 시행 직후부터 화주․운수사업자는 대대적인 제도 무력화 시도에 나섰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화물노동자에게 우선 안전운임을 지급한 후에 별도의 수수료를 공제하는 것이다. 운수사업자의 수수료 공제가 만연해지면서 운임 상승효과가 상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제도 시행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므로 제도의 현장 안착 및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화물연대는 2020년 내내 수수료 공제를 비롯한 화주․운수사업자의 안전운임 무력화 시도에 맞서 투쟁을 벌여왔다. 현장에서의 투쟁과 더불어 안전운임 위반과 무력화 시도를 제도적으로 감시․처벌할 수 있도록 2021년에는 ▲정해진 비용 외에는 화물노동자에게 수수료를 공제할 수 없도록 부대조항을 개정하고 ▲안전운임위원회 ‧ 국토부 ‧ 지자체 합동 단속반을 구성하여 안전운임 위반이 의심되는 화주와 운수사업자에 대한 단속을 진행한다.

합동 단속반은 국토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자 대표로 단속 활동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합동 단속반 활동과 현장 투쟁을 함께 진행하며 노동조합의 현장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현장에 만연한 제도 무력화 시도를 근절하여 안전운임을 안착시키고 확대하는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