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배달노동자들의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신호 위반 같은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건당 수수료 체계에서 속도경쟁에 내몰리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천500~3천원인 배달기본료가 피크시간대 2배 가까이 오르면 배달노동자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본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을 낮추도록 플랫폼사에 요구해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신호위반이나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처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라이더들에게 피크시간대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빨리빨리’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희 지부 배민지회 부지회장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말의 이면은 ‘누구든지 도로 위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배달노동자의 목숨이 걸린 안전 문제는 뒤로한 채 기업 간 주도권 경쟁이 배달노동자의 속도경쟁으로, 목숨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위주가 아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시간당 적정 건수를 설정하고 이 건수로도 먹고살 수 있도록 적정 배달료를 지급하는 ‘안전배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공제조합 설립시 정부 지원과 산재보험 전속성 기준 폐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민 지부 기획정책국장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에 명시된 정책협의회를 통해 안전배달제 제도화를 논의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 안전배달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생활물류서비스법 21조1항에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발전ㆍ육성 및 지원, 기본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중요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정책협의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부는 기자회견 이후 요구안을 인수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지부는 다음달 2일 배달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과 공제조합에 정부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