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서 울죠. 십 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이니깐. 일 끝나고 온몸은 멍투성인데….”

조선소 도장노동자 김지연(가명·53)씨가 통곡하자 동료는 김씨의 어깨를 토닥였다. 페인트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은 또 다른 노동자는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일하는 자체도 힘든데, 거기에 대한 임금이 너무 적다”며 “최저시급, 어려운 일을 모두 견딘 것은 애들 공부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5년 넘게 일하면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말을 듣고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가 살아야 한국 조선업이 산다”며 하청노동자 생존권과 안전보장 대책을 요구했다. 회견은 금속노조와 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조 광주전남지부 전남조선하청지회,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함께 주최했다.

노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조선산업을 강력하게 지원해 부활을 돕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책공약집을 보면 ‘저탄소 고부가가치 친환경선박 수주확대 및 연구개발 지원’이나 ‘조선업 스마트야드와 친환경 선박 제조 클러스터 구축’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기업 지원대책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70%는 비정규직인데다 연례행사처럼 매년 일하다 죽어 나간다”며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는 조선소의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고 제2의 붐이니, 발전도약이니 하지 말고 (조선업 발전) 계획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조선하청 3지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수위에 각각 조선업 정책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금지 △4대 보험 체납 피해 해결 △임금체불 사용자 엄벌 △중대재해 작업중지시 하청노동자 휴업수당의 원청 책임 법제화 △원청 산업안전보건위에 하청노조 참여 보장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사랑채를 향해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