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무제공자가 계약 체결시 활용할 수 있는 공통 표준계약서와 가전제품 방문점검·판매 직종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두 표준계약서에는 계약해지 규정과 계약 변경시 절차 등을 담았다. 계약 변경시 전자문서를 포함해 서면 합의 또는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계약의 즉시 해지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가전제품 방문점검·판매 직종 표준계약서는 공통 표준계약서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수탁자에게 고객의 폭언·폭행·성희롱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위탁자가 예방활동을 하고, 피해를 입은 경우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계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소 가이드라인 마련에 의미를 두면서도 위탁자에게 강제할 수 없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계약기간·변경·해지
기본적 가이드라인 마련

노동부는 26일 “노무제공자와 사업주가 보다 동등한 지위에서 계약조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공정하게 정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공통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공통 표준계약서에는 계약기간 명시, 계약 변경 절차, 보수 또는 수수료의 지급 기준, 시기 등 계약 조건 등을 명시하게 했다. 이 외에도 위탁자가 수탁자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부당한 처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부는 공통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노무제공자 직종별 표준계약서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함께 공개된 가전제품 방문점검·판매 직종 표준계약서에는고객의 폭언·폭행·성희롱으로부터 위탁자가 수탁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공통 표준계약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표준계약서 마련은 가전제품방문점검 판매노동자의 오랜 요구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지난해 11월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요구하며 노동자 6만8천244명의 서명을 노동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지난 11월 노동계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최종안이 마련된 뒤에 이달 중순 설명회를 진행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최소 기준 생겼지만…”

노조는 “가전제품 방문점검원들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데에서는 의의가 있다”며 “표준계약서가 생김으로써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기존 계약서의) 불합리한 것들을 바로잡아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의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요구인 (회사의) 계정 갑질 근절, 최소 계정 보장, 최저임금 보장 요구는 담지 못했다”며 “향후 단체협약과 사회적인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정은 가전제품 방문점검 노동자가 관리하는 점검기기(고객)를 뜻하는데, 노동자 수입과 직결돼 노조는 최소 계정 보장을 주장해 왔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하나도 없는 제도”라며 “노사 교섭을 통한 단체교섭 활성화는 연성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그런 언급은 표준계약서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총은 “다양한 형태의 노무제공자들이 서면 계약을 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 표준계약서를 통해 위탁자와 수탁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원만한 업무위탁 계약관계를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면서도 “표준계약서는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당사자간 공정한 계약 체결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서 권고적인 성격인 만큼 표준계약서가 향후 위탁자에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표준계약서 전문과 활용 가이드는 노동부 누리집(moe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