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노인생활지원사 배연희(46)씨는 2년간 고용계약을 이어 온 기관에서 올해 초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면접점수 부족’이었다. 배씨는 면접 당시 기관에 휴일근무수당과 식대를 요구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기관 관계자가 배씨에게 휴일근무 여부와 서비스 대상자가 원거리에 배정돼도 괜찮은지를 물었는데 “수당이 필요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1년마다 재계약이 아닌 신규입사 방식으로 서류제출과 면접을 거쳐 고용이 불안한 채용방식도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돌아온 것은 계약만료 통보였다. 배씨는 “정부가 노인돌봄이라는 복지사업을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정작 현장의 노동자 처우나 고용안정에는 무관심하다”며 “어르신을 돌본다는 사명감으로 최저임금의 급여를 견뎠지만 해고돼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생애 전반에 걸쳐 돌봄 필요한데…
비정규직·여성·고령 돌봄노동자는 휴지 같은 신세”

코로나19를 거치며 ‘돌봄노동은 필수노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돌봄노동자들의 처우와 고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23일 오전 민주일반연맹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복지사업을 새 정부가 직접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배씨 같은 노인생활지원사는 전국에서 3만여명이 일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646개 민간기관에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위탁해 운영한다. 민간기관 대부분은 생활지원사를 1년마다 재계약한다. 이렇다 보니 재계약 여부에 따라 고용이 늘 불안하다.

배씨는 “신생아·아동·장애인·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돌봄이 필요하지만 위탁기관은 여성 비정규 노동자를 쉽게 뽑아 쓰고 버린다”고 비판했다.

2018년 기준 6만4천여가구가 이용한 아이돌봄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정집을 방문해 영·유아를 돌보는 아이돌보미는 2만4천명 정도다. 민간기관에 고용된 이들은 노동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서비스이용자가 선택한 시간에 따라 근무해 월 60시간을 채우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근무시간이 월 60시간 미만이면 초단시간 노동자로 분류돼 주휴수당이나 연차휴가수당도 받지 못한다.

김연자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 강원지부장은 “아이돌보미들은 코로나19로 일이 줄면서 개인 연차를 활용해 월급을 보전하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하루살이처럼 근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 공공서비스 민간확대 공약 우려”

공공운수노조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육교사·요양보호사·재가 요양보호사 등 민간위탁된 돌봄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민간위탁 복지서비스를 확대해 일자리를 100만개 이상 만든다고 공약했다”며 “민간기관은 국공립기관에 비해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노동자 처우는 최저에서 맴돈다”고 우려했다.

함미영 노조 보육지부장은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7년차 보육교사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다. 정부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에도 보육교사 인건비가 포함된 보육료를 지급한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같은 액수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원장도 호봉제에 따라 월급을 수령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인건비를 줄여 원장 수입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함 지부장은 “지난해 노조 실태조사에서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10명 중 9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에도 보육교사 인건비 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