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119 제공
2021년 신축년이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우리가 일하는 노동현장을 규율할 노동법도 바뀝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021년 들어 바뀌는 노동관련 제도 중 기억해두면 좋은 내용들을 ‘꿀팁’으로 정리했습니다. 바뀐 내용을 숫자로 한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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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ㄱ씨는 “초과근무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도 수시로 주 52시간 넘게 일해야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 집에 가져가서 밤 늦게까지 일한 적도 많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올해 7월부터는 ㄱ씨처럼 주 52시간 넘어 일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52시간 상한제가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조 7호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주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을 포함해 모두 52시간을 넘으면 안됩니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한 경우에 주 8시간까지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해집니다.
8720
2021년 최저임금이 소폭 상승해 8720원이 됐습니다. 일급으로 따지면 8시간 근무 기준으로 6만9760원입니다. 월급은 209시간 기준, 주휴수당을 포함해 182만2480원이 됩니다. 최저임금은 사업장 규모에 상관 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수 있고요. 다만, 처음 입사해 수습 3개월 동안에는 10% 감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1년 미만 계약직이나 단순노무직의 경우 감액이 불가능합니다. 꼭 기억해두세요.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 중 최저월급의 15%(27만2810원)를 초과하는 금액이나 매월 지급되는 복리후생비 중 최저월급의 3%(5만4562원)를 초과하는 금액은 최저임금에 산입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상쇄될 수 있는 부분이죠. 직장갑질119는 “최저임금은 찔끔 올랐는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돼 월급은 제자리”라고 꼬집었습니다.30
올해부터 직원이 30명 이상인 회사의 노동자는 ‘빨간날’을 유급휴일로 쉴 수 있습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 일요일 제외)도 근로기준법 상의 법정휴일로 포함되는데 따른 것입니다. 30명 이상 규모의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의 노동법상 법정 휴일이 주휴일, 근로자의 날, 공휴일(일요일 제외)과 대체 공휴일까지 늘어났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적용된 제도이죠. 한가지 아쉬운 것은 5명 이상 30명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노동자는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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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6개월 이내 ‘단위 탄력근로제’가 신설·시행될 예정입니다. 단위기간 동안 주당 노동시간이 법정 기준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특정 시기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앞서 3개월을 주당 50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3개월 동안 30시간을 일했다면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많이 일할 땐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해 한주에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단위기간이 6개월이라 1년 내내 탄력근로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라는 ‘꼼수’도 직장갑질119가 꼽은 맹점입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게 돼 있지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이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근로자대표의 개념만 정하지 지위나 권한, 선출방법은 따로 명시해놓지 않았습니다. 직장갑질119은 “사장 동생이 근로자대표를 해도 그만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다. 박성우 노무사는 “노동법상 수십 개나 되는 권한을 가진 근로자대표를 당연히 노동자들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에 선출절차 제도 신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장갑질 119 제공
그밖에 올해부터 가족돌봄 등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청구제도 시행이 확대됩니다. 30명 이상 300명 이하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도 가족돌봄이나, 본인건강, 은퇴준비 및 학업 등을 위해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제도적으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직원 10명 이상 회사도 무급휴직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고 파견 및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도 유급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바뀐 노동법에 관해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됐는데 탄력근로제로 64시간까지 공짜야근이 가능해졌고, ‘근로자대표 직접 선출’ ‘임기 3년 노사정 합의’가 국회 입법 무산돼 어용·유령 대표가 활개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공약이 기업 압력으로 누더기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