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지난 4일 낮 서울 강남구 현대차 오토웨이타워 앞에서 고용승계와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충이요? 반응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죠. 힘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바닥에 앉아서 농성할 뿐이지….”

지난 5월까지 현대자동차 용인 기흥 대리점에서 자동차 판매 영업을 했던 한재덕(60·가명)씨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오토웨이타워 앞 천막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의 요구는 간단하다. “일터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가 10여년 동안 일했던 현대차 용인 기흥대리점은 현대차와 대리점주 간 계약만료로 올해 5월31일 폐업했다.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지회장 김선영)는 대리점 폐업이 조합원 다수 사업장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해당 대리점에는 소장을 포함해 약 20명이 일했는데, 그중 15명이 지회 조합원이다.

지회는 5월3일부터 천막농성장을 차리고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69일째인 10일 현재 현대차는 묵묵부답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장맛비가 세차게 내렸던 지난 5일 지회 천막농성장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일했는데…”
대리점 폐업 통보로 일터 잃어

현대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한재덕씨는 ‘카마스터’로 불린다. 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탓에 폐업으로 인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여겨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한 적도 여러 번이지만 이마저도 입증이 쉽지 않다.

용인 기흥대리점에서 일하던 조합원 15명 중 한씨를 뺀 14명이 새로운 일터를 찾아 떠난 이유다. 한씨는 “같이 일한 동료들은 나이가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 된다”며 “농성하고 싶어도 아이들 다 커 가는데, 생계가 막막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씨 상황도 넉넉지 않다. 그는 “카드 값이 가득 차서 ‘돌려막기’로 산다”고 전했다.

한씨는 20여년을 카마스터로 일했다. 현대차 기흥대리점에서 일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그런데 대리점이 사라진다는 소식은 올해 봄쯤 대리점을 오가던 현대캐피탈 직원을 통해 우연히 들었다. 폐업 한 달 전쯤인 4월26일 기흥대리점 관리직원이 대표 명의로 된 ‘기흥대리점 계약종료공고 안내문’을 대리점 직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 올리면서 공식화됐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는 무미건조한 통보였다. 한 직원은 “대표님, 그래도 마지막 인사인데 관리직원이 보내는 게 맞나 싶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한씨는 10년 넘게 일한 일터를 떠나야 했다.

“노조 가입하면 고용승계 안 돼
조합원, 2년 새 200명 넘게 줄어”

비단 한씨뿐만이 아니다. 김선영 지회장은 노조 만들기를 주도하면서 2016년 1월 대리점 폐업으로 해고됐고 지금껏 현대차에 고용승계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농성장에서 만난 김선영 지회장은 “비정규직은 노조하기 힘들다는데, 우리 소원은 비정규직이라도 되는 것”이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굵어진 빗방울이 천막농성장을 세차게 때렸다.

김 지회장은 “현대·기아차 대리점이 매년 40~50개씩 폐업하지만 2~3개월 뒤 인근에 현대차는 같은 대리점을 내고 똑같이 운영한다”며 “2015년 8월22일 노조를 만들었을 때부터 폐업이 반복돼 조합원들이 계속 잘려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대리점 숫자는 변동이 없다”며 “고정급을 주지 않아도 되니 굳이 없애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회 설명에 따르면 조합원이 없는 대리점의 경우 대리점주가 바뀌어 폐업 후 새롭게 개소해도 기존 카마스터의 고용승계가 보장된다. 아중·신기·중흥·광안대리점(폐업 당시 이름)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비조합원만 고용승계한다. 금호·서령·신평대리점이 여기에 속한다.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자 최근에는 조합원 비조합원 구분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김 지회장은 “2년 전 670명이었던 조합원은 최근 2년 새 430명으로 줄었다”며 “노조에 가입하면 고용승계가 안 될까 겁나니 노조를 탈퇴하는 것”이라고 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일터에 보내 달라”

지회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5월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2019년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아 2020년부터 130여개 대리점주와 교섭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교섭은 불가능했다. 현재 대부분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김선영 지회장은 2016년 폐업한 대리점주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이달 14일 예정돼 있다. 1, 2심은 모두 패소했다.

김 지회장은 “되지도 않을 싸움을 왜 하느냐고 하는데 노조는 법으로 하는게 아니니, 단결해서 투쟁하면 언젠가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한재덕씨는 바람을 묻자 “큰 바람 없다”며 “일터에 보내 주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차쪽은 “대리점은 (현대차가 직접 운영하는) 지점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 요구에 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따로 회사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