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정부가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을 휴가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인 구직활동 대신 취미생활을 하는 ‘구직(실업)급여 반복수급’ 행태를 바로잡겠다며 내놓은 법안에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처지에 내몰린 청년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무 특성상 실업급여 반복수급이 불가피한 어선원과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알바 자리도 못 구하는 청년노동자에
‘1년 이상 일자리 재취업’ 요구하는 정부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마련한 구직급여 반복수급자 급여 삭감안을 규탄했다. 정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으면 3번째부터 급여액 절반을 깎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반복수급시 실업급여를 처음 수령하기까지 걸리는 대기기간을 현재 7일에서 최대 4주로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학생 권연수씨는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타 먹는 ‘얌체족’을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언론보도를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얌체족’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정한 ‘재취업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기준도 권연수씨에게 너무 높다.

정부안에 따르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 재취업 노력이 있는 경우나 최저임금의 80%를 받는 경우, 일용직으로 수급한 경우는 반복수급 산정 횟수에서 제외한다. 적극적 재취업 노력 기준은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절반 이상 남았을 때 재취업에 성공했거나 12개월 이상 일자리에 재취업한 경우다.

권씨는 지난 8월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가게에서 해고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4단계 격상으로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다음날 ‘실업자’가 됐다.

“일주일 전에는 주 3일 2시간씩 6시간 일하는 알바 면접에서도 떨어졌어요. 실업급여 반복수급 삭감안을 만든 사람들은 지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할까요? 해고되고 1년 이상 일하는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게 제 탓인가요?”

그는 대학가 파트타임 일자리 대부분을 초단시간 일자리로 쪼개 많은 청년들이 시간 맞춰 가며 아르바이트를 몇 탕씩 뛰어야 겨우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년행동은 “대기기간이 한 달까지 늘어나면 당장 몇 만원이 없어서 밥을 굶을 수도 있는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결정”이라며 “코로나 19를 묵묵히 견디며, 단기 일자리로 근근이 버텨 온 청년노동자의 마지막 보루마저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업기·금어기 반복되는 어선원
골조공사 기간만 고용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
“비자발적 실업자 불가피한 반복수급에 페널티라니…”

업무특성상 반복수급이 불가피한 어선원과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어선원들은 어기(어군이 형성되는 시기 및 해역)에 따라 조업과 실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또 정부의 수산자원 보호 정책에 따라 조업활동이 제한되는 휴어기와 금어기에도 강제 실업상태에 놓인다.

선원노련은 “어선원들은 고강도의 위험한 노동에 시달리면서 전 국민의 수산 식량 공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용보험이 열악한 노동자의 보호장치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강제적 실업상태에 놓이는 어선원들의 사회안전망을 철거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워크레인업계도 건설현장에서 골조공사 기간 동안만 고용됐다가 해당 공정이 만료되면 계약이 해지되는 관행을 반복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보통 10개월가량 일하고 4~6개월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

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는 “우리나라 고용보험 제도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달리 자발적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비자발적 이유로 실직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 반복수급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보장 제도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