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더유니온이 29일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교육장에서 배달플랫폼사 AI 검증결과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음식) 픽업이 연속 두 번 배치됐는데 두 번째 픽업할 때 조리시간 동안 20~30분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두 번째 픽업한 제품을 먼저 갖다주라고 시키더라고요. 두 번째 배달이 완료되고 나서 처음 픽업한 음식의 배달 주소를 확인할 수 있거든요. 먼저 픽업한 음식을 빨리 갖다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굳이 나중에 픽업한 음식을 먼저 갖다 줬어야 하는 건지….”(요기요 라이더 A씨)

배달 플랫폼 회사가 운영하는 AI(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에 따라 음식을 배달했더니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오히려 주행거리가 늘어나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수입도 줄어든다는 라이더들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배차 100% 수락하면 평소보다 시급 3천원 적어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플랫폼 3사 AI 알고리즘 검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11명의 라이더가 서울과 부산에서 AI 배차를 100% 수락했을 때, 평소대로 운행했을 때, 교통법규를 준수했을 때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비교·분석했다.

AI 배차를 100% 수락하면 평소대로 운행했을 때보다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일정 수락률을 충족하지 않으면 급여가 사실상 삭감되는 요기요 라이더 2명을 제외하고 9명의 라이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행거리는 117.4킬로미터(100% 수락)와 101킬로미터(자율선택)로 16.4킬로미터가 차이 났다. 건당 주행거리는 각각 4.6킬로미터, 3.8킬로미터였고 시간당 배달건수는 3.2건과 3.6건이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라이더에게 시간당 배달건수는 수입과 직결된다. 실제로 100% 수락했을 때와 자율적으로 선택했을 때 실수입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3천895원과 1만6천931원으로 3천원가량 차이가 났다.

문제는 AI 배차를 수락하지 않으면 수입 감소 등 불이익으로 이어져 사실상 라이더에게 ‘불리한 시스템’이 강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기요의 경우 95%의 수락률을 유지하지 않으면 건당 1천원 프로모션에서 배제된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설명이다. 쿠팡이츠는 AI 배차를 여러 차례 거절했을 때 “과도한 거절 등으로 인해 7일간 배정 제한” 안내에 따라 배달이 ‘정지’됐고, 배민은 “과도한 거절시 최적의 배차를 찾는 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보냈다.

속도를 50킬로미터 이하로 유지하고 교차로 신호등을 준수하는 등 교통법규를 지켰을 때에는 배달 1건당 약 30분이 소요됐다. 평균 배달완료 콜 개수가 감소했고 수입도 줄어들었다. ‘단속 강화’라는 접근 방식으로는 라이더의 과속에 따른 산업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알고리즘 단협 필요”

조사 결과를 분석한 김수민 연구자는 “배차 선택과 취소는 노동자들이 노동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에 대한 자율권을 행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단순히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의 문제라기보다 자율적 선택권을 부여했을 때 자신의 체력과 주행스타일, 일의 패턴, 활용가능한 정보 등을 고려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사에 △알고리즘 정보 제공 및 노조의견 반영 △배달시간 현실화 △빠른 배송 기준으로 평가하는 소비자 평점제도 폐지 △기본배달료 인상 및 거리 할증제도 도입 △AI 배차 수락 거절에 대한 페널티 폐지를 요구했다. 박정훈 위원장은 “변화된 산업에 맞게 노사가 함께 논의하는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며 “식당의 조리 대기시간이나 오토바이 출입금지 아파트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에 반영하도록 관련 단체협약 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